땅끝마을 해남부터 바다 건너 나고야까지, 대학 팀들의 치열한 겨울나기

김희수 기자

volonta@thevolleyball.kr | 2026-02-02 13:15:08

이번 겨울 들어 초고강도 훈련을 진행 중인 경희대./<더발리볼> 1월호

[더발리볼 = 김희수 기자] 보통의 대학생들에게 겨울방학은 1년간 학업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자기계발을 하면서 다음 학기를 준비하는 시기다. 그러나 대학 배구 선수들에게는 다르다. 봄에 시작될 시즌을 위해 혹독하게 훈련하고, 몸 상태를 끌어올려야 하는 치열한 시기다. 운동하는 방식과 장소도 학교마다 제각각이다. <더발리볼>이 땅끝마을 해남에서 동계 시즌을 시작한 경희대, 새로운 감독과 함께 제주와 제천을 누비는 한양대, 바다 건너 일본으로 가서 경험을 쌓을 계획인 인하대의 겨울방학 이야기를 김홍정 코치, 송병일 감독, 최천식 감독의 목소리로 담아왔다(감독-코치들과의 인터뷰는 1월 셋째 주에 진행됐다).

우승 정조준
지옥의 초고강도 훈련 나선 경희대

경희대의 2025년은 아쉬움이 가득했다. 승점 단 1 차이로 U-리그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고, 연맹전에서도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이행 감독-김홍정 코치 체제로 치러진 첫해는 이렇게 끝났다. 이를 악물고 맞이하는 2026년에는 시작부터 제대로 에너지를 쏟아내고 있다. 선수들이 녹초가 될 정도의 초고강도 훈련을 1월부터 진행 중이다. 김홍정 코치와 얘기를 나눴다. 

Q. 1월 초에 해남에서 경희대 - 조선대 - 충남대 - 성균관대의 스토브리그가 진행됐다.
우리에게는 많은 도움이 됐다. 아직은 부족한 게 많은 시기다. 타 팀과 경기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았다. 4일 동안 오전-오후 내내 계속 경기를 치렀다. 경기를 치르면서 보완해야 할 것들이 정말 많다는 걸 새삼 느꼈다. 6강의 벽은 아직 높겠더라. 다른 팀들도 운동을 많이 못 했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많이 한 것 같았다(웃음). 

Q. 2025년은 아쉬움 그 자체였는데.
6강에 정말 종이 한 장 차이로 오르지 못했지만, 결국 그게 우리의 실력이었다. 더 냉정하고 깊게 우리를 돌아봐야 했다. 2026년에는 그런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동계 훈련도 빠르게 시작했는데, 엄청난 고강도의 체력훈련과 볼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선수들이 많이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냉정하게는 운동선수가 운동이 힘들어서 못 하겠다고 느끼면 그만해야 하는 게 맞다. 이런 과정이 없이는 성과를 낼 수 없다. 가끔은 달래기도 하고, 밀어붙이기도 하면서 억지로 끌고 가는 중이다. 

Q. 남은 겨울방학의 계획은.
남은 겨울방학 동안은 고교 팀들과 연습 경기를 치를 예정이고, 2월에 영양에서 스토브리그를 한 차례 더 치른다. 이때는 국군체육부대-영천시체육회도 함께 하고, 충남-경희-명지대까지 총 다섯 팀이 참여한다. 다만 우리의 사이클은 시즌에 맞춰져 있다. 2월 스토브리그에서의 경기 결과에는 집착하지 않을 것이다. 

Q. 포지션별 2026년 플랜도 궁금한데.
복학하는 선수들이 두 명 있다. 지난 시즌을 쉬었던 이정민이 복학했고, 얼리 드래프티로 나갔다가 복학하는 이수민도 있다. 여기에 염시원-정송윤도 주전으로 준비한다. 아웃사이드 히터였던 양승민은 이번 시즌에 리베로로 나설 예정이다. 세터는 김도원이 입대를 하게 돼서 이주헌이 나설 예정이다. 여러모로 변화가 꽤 있을 시즌이라 손발을 맞추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플레이 스타일도 달라질 전망이다. 신입 선수들도 있다. 현일고 이정해, 진주동명고 이정준(이상 OH), 현일고 류도환(MB). 천안고 한태웅(OP)까지 총 네 명이다. 이 선수들과 함께라면 팀의 미래가 밝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감히 해본다. 류도환은 신장이 198cm 정도 된다. 한태웅은 볼을 컨트롤하는 스킬이 아주 좋은 왼손잡이 아포짓이다. 

Q. ‘에이스’가 돼야 하는 정송윤과 돌아오는 이정민의 활약이 중요해 보인다.
두 선수 모두 우리 팀의 핵심이다. 두 선수가 잘해주면서 염시원까지 파워를 보태준다면 우리는 어느 팀에도 쉽게 밀리지 않을 것이다. 이정민은 복학을 하는 거라 아직까지는 감각이 올라오지 않아서 좀 어려워하고 있는데, 연습 경기를 거듭하면 금방 회복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세 선수가 중심을 잡고 팀을 이끌어준다면 우리는 충분히 우승도 바라볼 수 있다. 염시원은 주장도 맡는다. 지난 시즌에 잘해줬고, 선수들과 관계도 좋다. 파이팅 넘치는 모습도 보여주는 선수다. 감독님과 내 의견이 일치했고 주장을 맡기기로 했다.

Q. 코치 김홍정의 두 번째 시즌이기도 하다. 
선수들과의 신뢰 관계 형성에 있어 감정적인 소통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운동 외적인 이야기들도 포함해서 말이다. 이게 없으면 소통의 벽이 생기더라. 너무 강압적으로 선수들을 끌고 가면 안 된다는 걸 알게 됐다. 반대로 또 운동을 시키는 데에 있어서는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훈련량이 필요한 순간들도 있다는 걸 감독님과 함께하면서 알게 됐다. 여러모로 아직 나는 많이 부족한 코치인 것 같다. 계속 진정성 있게 배우고 노력하겠다. 

Q. 경희대의 2026년 목표는.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언제나 같은 꿈을 꾼다. 정상에 오르는 것이다. 

한양대 새 사령탑 송병일 감독(오른쪽에서 세 번째)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한양대

한양대의 새로운 사령탑 송병일 감독
1학년 세터를 향한 믿음 드러냈다

한양대는 코치였던 송병일이 새로운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언제나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전통의 명문 강팀 한양대지만, 그렇다고 방심은 금물이다. 송 감독도 잘 알고 있기에 동계 훈련부터 선수들과 함께 성실히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주전 세터로 1학년을 낙점했고, MVP를 두 번이나 수상한 아웃사이드 히터는 리베로로 자리를 바꾼다. 제주와 제천을 누비며 다양한 변화들을 팀에 잘 녹여내고자 한다.

Q. 한양대 감독이 된 소감은.
코치로 왔을 때부터 모교와 함께 한다는 데에 감사함을 느꼈다. 선배들이 만들어주시고 후배들이 따라와 주는 이 길을 잘 지키는 것이 이제 저의 소명이 됐으니 최선을 다하겠다.  

Q. 1월 말에는 제주 전지훈련, 2월에는 제천에서의 연습 경기가 예정돼 있는데.
지금 훈련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는 조금 늦게 시작된 감이 있다. 서울에서는 체력 훈련 및 기본기 점검에 주력했다. 수비 동작, 블로킹 스텝 같은 부분들을 다듬었다. 제주와 제천 훈련부터가 본격적인 전술 훈련이다. 남은 동계 훈련 기간 동안은 어택 커버 포지션이나 리시브 포메이션을 가다듬는 데 주력할 것이다. 또 작년에는 세터 수비 상황에서의 6번 연결이 좀 약해서 리베로 연결을 고집했는데, 올해는 트렌디하게 6번 연결도 해보려고 한다. 이게 된다면 템포가 좀 빨라지긴 할 거다. 

Q. 신입생들이 꽤 많다. 주목할 만한 선수들을 꼽아준다면.
우선 현일고 박신양(S). 팀의 안정화를 가져올 유망주라고 확신한다. 3년 정도 지켜보시면 흥미로우실 거다. 그리고 수성고 임세훈((OH)-이시현(MB). 임세훈은 지금의 정성원처럼, 어쩌면 그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배구 센스를 가졌다. 이시현은 구력이 좀 짧아서 시간이 필요하긴 하지만 높이에 장점이 확실한 선수다.

Q. 2026년의 포지션별 플랜은.
세터는 박신양이 주전이다. 고교와 청소년 대표팀에서 활약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큰 기대를 건다. 아웃사이드 히터는 송원준-박우영이 주전이다. 여기에 (임)세훈이까지 버텨줄 수 있다면 대학 레벨에서는 탄탄한 수준일 것이다. 아포짓은 장보석-이창민이 맡는다. 창민이는 왼쪽에서 높이 보강 카드로도 활용될 것이다. 미들블로커는 이수민-장은석이 코어다. 특히 (장)은석이에게 기대를 거는 시즌이다. 리베로가 가장 고민이다. 우선 (정)성원이를 리베로로 돌려서 경쟁을 시킬 거다. 그러나 기존 리베로였던 천승현과 김혜성이 절대 나쁜 선수들이 아니다. 결국 리시브로 경쟁력을 보여야 한다. 프로에서도 통할 선수라는 것을 성원이가 새로운 자리에서 직접 증명하길 바란다. 

Q. 한양대 배구부의 팀 컬러에 변화를 줄 계획인가.
크게 변화를 주고 싶지는 않다. 속공-파이프의 점유율을 조금 더 가져가면 좋지 않을까 하는 정도다. 이건 (박)신양이가 잘해줄 것이다. 박우영-송원준 조합은 파이프도 충분히 좋기 때문이다. 리시브 포메이션만 잘 만들어지면 가능할 것이다. 블로킹은 (박)상우가 나갔으니 좀 헐거워질 거다. 이에 맞는 새로운 수비 포메이션 구축이 중요하다.

Q. 끝으로 선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바가 있다면.
선수들이 자신은 한양대 배구부의 일원이라는 걸 인지하고 행동하길 바란다. 쓰레기 줍고 다니라고 많이 말하는데(웃음), 선수들이 밖에서 인성과 태도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배구를 아무리 잘해도 인성이 안 되는 선수는 결국 나중에 스스로 발목을 잡게 된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디펜딩 챔피언' 인하대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다./인하대

디펜딩 챔피언 인하대
타이틀 방어를 위해 일본으로 향한다

인하대는 2025년 대학배구의 최강자였다. U-리그와 전국체전을 휩쓸면서 ‘지금은 인하시대’를 외쳤다. 그러나 언제나 정상의 자리는 고독하다. 모두가 그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기 때문에 처절한 노력으로 타이틀을 방어해야 한다. 그래서 최천식 감독과 인하대는 2월 일본으로 향한다. 배구 강국 일본의 대학 팀들과 겨루면서 실력을 기르고 견문을 넓힐 계획이다.

Q. 2025년은 어떤 해였나.
만족도는 최상이다(웃음). 고성대회 결승에서 진 것 빼고는 큰 문제 없이 한 시즌을 잘 치렀다. 특히 전국체전에서는 8년 만에 금메달을 땄다. 그동안은 1회전에서 중부대만 만나면 탈락했는데(웃음), 이번에는 그걸 극복했기 때문에 결승까지 갈 수 있었다. 결승에서도 홍익대를 상대로 좋은 경기를 펼치고 우승할 수 있어 좋았다.

Q. 최근 선수들은 어떻게 훈련하고 있고, 일본 전지훈련에서는 어떤 훈련들이 계획돼 있나.
지금은 체력 훈련-기본기 훈련 위주로 하고 있다. 체육관이 리모델링으로 폐쇄됐던 지난해와 달리 체육관 사용에도 문제가 없어서 훈련은 순조롭다. 1월 말에는 성지고가 우리 학교로 온다. 함께 훈련할 계획이다. 일본 전지훈련은 2월 20일부터 28일까지로 예정돼 있다. 김민혁-박규환이 빠져나간 자리를 메우는 방법을 찾는 데 집중할 것이고, 실전 위주로 훈련할 것이다. 먼저 히로시마현 후쿠야마로 가서 헤이세이대와 연습 경기를 치르고, 이후 아이치현 나고야로 넘어가서 아이치가쿠인대-메이조대과 연습한다.

Q. 신입생들을 소개한다면.
우선 남성고 최유현(S)-조영훈(MB)-박건우(OH). (최)유현이는 발전 가능성이 굉장히 큰 세터다. 아직 토스 폼 등은 교정이 좀 필요하지만, 다행히 우리 팀에는 (이)한샘이가 있기 때문에 유현이에게는 시간이 있다. (조)영훈이는 신장이 크진 않지만 속공-블로킹 테크닉이 좋다. 스킬 풀을 더 넓혀가면서 스텝을 보완한다면 좋은 선수가 될 것이다. (박)건우는 굉장히 수비가 뛰어난 선수다. 후위에서 팀에 큰 보탬이 될 거다. 속초고 박신우(OP)는 아포짓 백업으로 나선다. 최근에 한 달 정도 운동을 못한 상태라 지금은 몸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Q. 2026년 포지션별 플랜은.
아웃사이드 히터 한자리는 윤경이 고정이다. 대각에는 (김)정환이 아니면 건우가 들어갈 거다. 미들블로커는 (임)인규와 영훈이가 나선다. 여기에 남윤우와 김도현도 버티고 있다. 우리 팀에서 가장 자원이 풍부한 자리다. 세터는 한샘이와 유현이가 상황에 따라 투입될 것이다. 아포짓은 이용재-박신우가 맡는다. 선주성은 상황에 따라 아포짓 백업과 리베로 백업을 겸업할 것이고, 주전 리베로는 여광우가 맡을 것이다.

Q. 윤경은 얼리 드래프티 도전을 한 차례 미룬 만큼, 더 높아진 밸런스와 완성도를 보여주는 게 중요할 시즌이다.
그렇다. 리시브 훈련을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이제는 정말 아웃사이드 히터로 고정할 계획이다. 사실 공격에서도 기술적으로는 조금 보완이 필요하다. 아직까지 강타 일변도의 느낌이 있다. 또 전위에서 너무 날아 들어가는 공격이 많이 나오는 부분도 있다. 이로 인해 반격 과정에서 네트터치 같은 게 많이 나오고 있어서 수정이 필요하다.

Q. 주목을 받고 있는 윤경과 이한샘을 제외하고, 팬들이 주목하면 좋을 선수를 추천해준다면.
(여)광우다. 아버지(IBK기업은행 여오현 감독대행)를 좀 닮은 것 같다(웃음). 경기력은 아직 아버지에 미치지 못하지만, 리베로라는 자리에서 지난 시즌보다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기대된다. 성격도 적극적이고, 코트 위에서의 표현력도 뛰어난 선수다.

Q. 디펜딩 챔피언 인하대의 라이벌이 될 강팀들은 누가 있을까.
한양대와 홍익대다. 두 팀 다 괜찮다. 홍익대는 신평강의 합류가 꽤 크게 작용할 것 같다. 한양대는 그간 세터 문제로 고생한 팀인데, 박신양이 들어갔기 때문에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화려한 공격 자원을 살려가면서 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Q. 2026년 인하대의 목표는.
당연히 첫 목표는 우승이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팀으로서 조금 더 창의적인 배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서는 팀워크가 또 한 번 중요해질 거다. 최근 대학배구의 수준이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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