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요소는 있다! V-리그 브랜드 강화를 위한 과제는?
이보미 기자
bboo0om@thevolleyball.kr | 2026-03-12 17:25:55
[더발리볼 = 이보미 기자] 2005년부터 시작된 V-리그가 새로운 20년을 준비하고 있다. 더 나은 20년을 위해 V-리그가 마주한 과제들을 하나씩 짚어보고자 한다. <더발리볼>은 창간 기획으로 ‘THE NEXT 20’ 시리즈를 1년간 연재하며 V-리그 발전을 위한 12가지 핵심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 첫 번째 이야기로 ‘2군 리그의 필요성과 현실’을, 두 번째로 ‘한국 남자배구의 중흥을 위한 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V-리그 FA 제도의 개선 방안’과 ‘V-리그 선수 연봉 구조와 시장 현실화 방안’, ‘심판 판정 시스템 진단 및 발전 방향’, ‘한국 여자배구의 활성화 방안’, ‘유소년 배구 현황과 과제’, ‘아시아쿼터 자유계약시대를 대처하는 법’에 이어 ‘V-리그 브랜드 강화’에 대해 다뤘다.
‘배구여제’ 김연경 없어도
V-리그 흥행 요소는 충분하다
2025-2026시즌을 앞두고 V-리그를 향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2025년 ‘흥행 보증 수표’라 불린 김연경이 현역 은퇴를 했고, 남자부에서도 리그 전체를 대표할 만한 압도적 스타 플레이어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오히려 여자부 관중 수는 늘었고, 시청률도 치솟았다. 시즌 직전 방영된 배구 예능 프로그램 ‘신인감독 김연경’이 화제를 모으면서 2020 도쿄올림픽 4강 신화 이후 다시 대중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신인감독 김연경’에서 등장한 선수들의 성장 스토리에 이목이 집중됐다. 마침내 세터 이나연은 2025년 10월 흥국생명에 입단했다. 2023-2024시즌 이후 V-리그를 떠났던 그는 1년 3개월 만에 프로 무대에 올랐다. 몽골에서 온 인쿠시도 2026년 정관장의 새 아시아쿼터 선수로 프로팀 입단에 성공했다. 특히 정관장은 홈, 원정을 가리지 않고 연신 매진 사례를 이어가며 흥행의 중심에 섰다.
남자부에서는 부산의 배구 열기가 뜨겁다. 부산은 2025년 OK저축은행이 안산을 떠나 새로운 연고지로 정착한 곳이다. OK저축은행이 2025-2026시즌 남자 배구의 평균 관중을 끌어 올리는 데 앞장섰다. OK저축은행의 홈경기 평균 관중은 약 3300명이지만, 4000명 이상의 관중이 부산강서체육관에 들어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덕분에 OK저축은행도 시즌 막바지 힘을 얻었다. 홈경기 승률을 높이며 팬들과 함께 ‘부산 갈매기’ 노래를 부르고 있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부산의 주황 물결도 이제 하나의 상징이 됐다.
이처럼 ‘배구여제’ 김연경이 떠난 뒤에도 V-리그는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새로운 선수들이 등장했고, 지역 팬들의 응원 열기도 더 뜨거워졌다. 이제 중요한 건 이 분위기를 얼마나 오래 이어가느냐다. ‘반짝 흥행’으로 끝내지 않고, 흥행의 불씨를 어떻게 지켜내고 키워갈지는 과제로 남아 있다. 지속 가능한 브랜딩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프로야구, 프로축구의 마케팅과 브랜딩, 팬 소통 전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직관이 ‘문화’가 된 프로야구
데이터는 스토리가 된다
최근 프로야구 KBO리그 흥행이 돋보인다.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선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를 잡았다. 2024년 한국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초로 1000만 관중을 돌파한 데 이어, 2025년에는 12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2025년 평균 관중은 1만 7000명을 기록했다. 야구장을 찾는 것 자체가 하나의 경험이자 일상이 됐음을 증명했다.
이제 야구장은 더 이상 경기만 보는 공간이 아니다.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하루를 즐겁게 보내는 공간이다. 하나의 놀이이자 축제인, ‘문화 공간’이 됐다. 관중들이 선수별 응원가에 맞춰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치킨과 맥주를 자유롭게 즐긴다. 야구장은 남성 중심의 문화 공간에서 여성 그리고 가족 중심의 장소로 바뀌었다. 먼저 20~30대 여성 팬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아이돌 팬덤 문화가 스포츠로 확장되면서 선수 개인을 응원하는 문화가 정착됐다. 젊은 스타 선수들의 영향력도 커졌다. 구단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튜브 콘텐츠가 증가하면서 이를 매개로 야구에 처음 발을 들이는 팬들도 증가했다. 경기장을 찾기 전부터 선수의 일상과 매력을 접한 뒤 직관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각 구단에서는 팀 성적과 별개로 팬들이 야구장에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마련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경기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팬들이 직접 참여하고 즐기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특히 여성 팬들을 겨냥한 굿즈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스포츠 굿즈를 팬심의 표현이자 라이프스타일의 아이템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브랜드 강화의 수단이 된 셈이다.
V-리그 역시 경기력에만 기대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팀 성적이 좋을 때는 관중이 늘지만, 성적이 흔들리면 열기도 함께 식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스타 선수와 팀 순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야구처럼 성적과 무관하게 경기장을 찾을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팀별 색깔이 뚜렷한 응원 문화나 차별화된 먹거리, 굿즈 등 경기 외적 요소를 갖춰야 한다. 팬들이 즐겁게 하루를 즐기고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앞서 한 구단의 관계자는 “팬들이 배구장에서 더 즐기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배구에만 집중하다 보면 경기가 끝나버린다. 예를 들어 세트별 시간을 늘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일본처럼 2세트가 끝나고 15분 정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또 다른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지만, 경기 외적으로 즐길 시간을 마련하자는 뜻이다.
또 ‘신인감독 김연경’이 매개체가 됐듯 선수의 스토리를 콘텐츠로 먼저 접한 뒤 직관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팬의 유입 경로를 다양화해야 한다. 이번 시즌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정관장의 행보는 눈여겨볼 만하다. 성적은 좋지 않지만, 팀과 선수의 서사가 팬들의 관심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의 시도가 없지는 않았다. 지난해 여름 라이프스타일 패션 브랜드 LAP과 손을 잡고 젊은 여성 팬층을 겨냥한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선보였다. 오버핏 슬리브리스, 오버핏 하프 반팔 티셔츠 등의 의류와 머리핀, 머리끈, 반다나와 같은 액세서리로 기존 굿즈의 틀을 벗어나고자 했다. 이제 이런 시도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굿즈, 콘텐츠, 직관 경험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리그 전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된다면, 지속 가능한 흥행이 시작될 것이다.
야구에서 그랬듯 콘텐츠 안 기록의 스토리텔링화 작업이 필요하다. 단순한 수치 나열이 아니라, 그 기록의 의미를 전달해야 한다는 뜻이다. 기록이라는 재료로 팬들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로 살아있는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스토리텔링이 된 기록은 선수와 팀, 리그의 서사를 쌓아가는 밑거름이 된다.
프로축구의 연고지 밀착 마케팅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우리 곁에, K리그’는 2026시즌 K리그 캐치프레이즈다. 팬 참여 공모전을 통해 최종 확정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그 의미에 대해 “곁이라는 단어는 물리적 거리를 넘어, 친구처럼 늘 함께하는 존재다. K리그는 단순히 90분 경기가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를 하나로 묶고, 청소년에게 꿈을 주고, 평범한 주말을 특별하게 만드는 일상의 동반자”라며 “팬만이 아니다. 선수, 구단, 지역민, 그리고 K리그를 모르는 이들까지 포함한다. 7글자 안에, K리그가 추구하는 접근성과 공동체 가치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K리그가 지향하는 가치를 캐치프레이즈에 잘 담았다.
K리그는 올해부터 김해, 용인, 파주가 새롭게 합류하면서 K리그 1부 12개 팀, 2부 17개 팀 체제를 갖추게 됐다. 국내 프로 스포츠 가운데 가장 많은 구단과 연고 지역을 보유한 리그가 됐다. 그만큼 K리그는 오랜 시간 연고지 밀착 전략을 펼쳐왔다. 지역 사회와 꾸준히 관계를 맺으며 정체성을 다져왔다. 그 결과 K리그 구단은 프로야구와 마찬가지로 ‘우리 도시를 대표하는 팀’으로 인식된다.
프로배구 역시 연고지를 갖고 있지만, 아직 ‘우리 도시의 팀’이라는 인식은 야구와 축구에 비해 단단하지 않다. 연고지는 서울(우리카드·GS칼텍스), 인천(대한항공·흥국생명), 수원(한국전력·현대건설), 화성(IBK기업은행), 의정부(KB손해보험), 천안(현대캐피탈), 대전(삼성화재·정관장), 김천(한국도로공사), 광주(페퍼저축은행), 부산(OK저축은행)까지 총 10개 도시다. 서울, 인천, 수원, 대전은 남녀 구단을 함께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V-리그는 수도권 중심의 스포츠였다. 하지만 2021년 페퍼저축은행이 창단되면서 광주로 향했다. 호남권의 유일한 프로배구팀이 탄생했다. OK저축은행은 2025년 안산을 떠나 부산으로 떠나면서 영남권 거점을 확보했다. 배구의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순기능을 실현하고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단순히 연고지를 두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지역에 깊이 뿌리를 내려야 한다. 지역 내 초중고 배구팀을 방문하거나, 유소년 클리닉을 확대하고, 지역 축제를 참여하는 등 단발성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정기적인 이벤트로 활용해야 한다. 그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홈경기를 관람하면서 팬층을 확장시킬 수 있다. 또 그 지역만의 배구팀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팀 컬러, 응원가, 지역 상징물, 지역 기업과 협업도 필요하다. 실제로 K리그 전북 현대는 ‘스쿨 어택’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지역 내 학교를 방문해 축구 클리닉을 진행했고, 제주유나이티드는 반대로 ‘찾아오는 축구교실’을 진행해 클럽하우스에 학생들을 초청하기도 했다. 포항 스틸러스는 철강 중심의 산업도시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심어준다. 포항은 철강에 이어 해병대로 상징되는 도시이기도 하다. 구단은 매년 ‘해병대의 날’ 특별 이벤트를 진행한다. 평소에도 해병대원들의 ‘팔각모 사나이 응원’이 명물로 꼽힐 만큼 해병대와 연이 깊다.
V-리그 역시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다만 이런 부분을 구조화하고 반복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우선 학교와 유소년 연계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아울러 K리그의 포항처럼 도시의 상징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배구는 여전히 연고지보다는 기업 중심의 이미지가 강하다. 따라서 도시의 컬러를 입힌 팀 브랜딩이 필요하다. 여기에 지역 출신의 프로 선수가 나온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숙원인 구단의 산하 유스팀 신설 혹은 지역 내 초중고 배구팀과 연계는 단순한 지원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지역 배구 생태계를 함께 키우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 가운데 천안은 ‘배구 특별시’라고 불릴 정도로 배구와 연결 고리가 단단하다. 현대캐피탈은 2006년부터 현재까지 20년간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천안 지역 유소년 배구 선수 양성과 저변 확대를 위해 배구 발전 기금을 매년 지원하고 있다. OK저축은행도 연고지 이전과 동시에 활발한 지역 밀착 활동을 실천 중이다. 적극적으로 팬들과 소통에 나섰다. 첫 유니폼 공개 촬영지로 광안리 해수욕장을 택할 정도로 지역과 함께 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이 같은 구조는 시간이 지날수록 지역의 자산으로 남는다. 프로배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단면이라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일부 구단이 아닌 V-리그 전체가 연고지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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