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아이돌’을 꿈꿨던 소녀, 우크라이나 ‘책임감’을 가슴에 품고 V-리그를 누빈다!
최병진 기자
cbj0929@thevolleyball.kr | 2026-03-12 19:51:36
[더발리볼 = 최병진 기자] 우크라이나 출신 빅토리아는 2024-2025시즌 IBK기업은행에 지명을 받으며 V-리그에 입성했다. ‘럭키비키’라는 별명처럼 빅토리아의 활약은 IBK기업은행의 행운과 같았다. 첫 시즌부터 득점 2위(910점)에 오르며 공격을 이끌었고 재계약에도 성공했다. 생애 첫 해외 생활로 여전히 고국을 향한 그리움이 남아 있지만 이제는 더 커진 책임감으로 V-리그에서의 ‘성공’을 꿈꾼다.
‘like JENNIE’가 왜 어려워?
Q. 어린 시절 이야기를 먼저 해보려 해요. 빅토리아 선수는 어떤 아이였나요?
어머니가 항상 성숙하다고 말을 해주셨어요(웃음). 어렸을 때부터 애늙은이 같은 모습을 많이 보여줘서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아요. 또 어머니가 힘드실 때 조언을 해드린 적이 있는데 그때 도움이 많이 돼 성숙하다고 표현을 해주신 게 아닐까 싶어요. 물론 아무리 어른 같더라도 어린 시절이니까 친구들이랑 노는 것도 좋아하고 자신감이랑 호기심도 넘쳤던 것 같아요. 지금은 조금 망설이는 성향이 있는데 당시에는 고집도 조금 있고(웃음), 하고 싶은 건 꼭 해야 하는 그런 아이였어요.
Q. 배구를 하기 전에는 댄스와 수영을 했죠?
댄스는 시작을 했는데 제가 키가 어렸을 때부터 크다 보니까 저한테 맞는 파트너를 찾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그래서 그만두게 됐고, 수영은 소질이 없었던 것 같아요(웃음). 3년 동안 수영을 배웠는데 거의 하질 못했어요.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있는데 오히려 가족들이랑 바다를 가서 아버지한테 수영을 배우고 나서 더 잘하게 됐어요.
Q. 그리고 배구 선수 생활이 시작됐네요.
12살 때 여러 코치님들이 학교 체육 수업을 참관하러 오셨는데 배구를 한 번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주셨어요. 소질이 있을 것 같다고 하면서요. 그러면서 저를 체육 학교로 초대해 주셨고 연습도 같이 할 수 있게 됐어요. 심장이 불타오르는 걸 느꼈죠. 배구에 대한 애착이 생기기 시작한 거였어요. 또한 우크라이나 출신의 나탈리야 곤차로바 선수를 보면서 최고 수준의 선수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키우게 됐어요.
Q. 배구를 하기 전에 꿈이 있었나요?
세 가지가 있었어요(웃음). 첫 번째는 스튜어디스예요. 초등학교 1학년 때 바퀴가 달린 책가방이 있었어요. 그래서 나중에 스튜어디스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다음으로는 모델을 꿈꿨어요. 하지만 6학년 때 너무 키가 확 커버려서 이상적인 모델 신장에 부합하지 않아 포기했어요. 그리고 마지막은 사실 밝히기 부끄러운데 2016년도에 제가 K-드라마에 빠져 있었어요. ‘K-컬처’를 너무 즐기는 시기였는데 그러다 보니 아이돌이 하고 싶었어요(웃음). 그래서 글로벌 오디션도 알아보고 참가를 했지만 아쉽게 통과를 하지 못했어요.
Q. 당시 탈락의 한을 이번 올스타전에 푼 건가요?(빅토리아는 2025-2026시즌 올스타전에서 걸그룹 블랙핑크 제니의 ‘like JENNIE’ 댄스를 선보이며 화제가 됐다.)
드디어 저의 재능을 보여준 것 같아요(웃음). 처음에 제니의 춤을 세리머니로 춘다고 했을 때 함께 올스타전에 나섰던 (최)정민이와 (이)주아가 놀라더라고요. 어려운 춤 아니냐면서 저를 믿지 못했는데 속으로 ‘이 춤이 어렵나’라고 생각했어요. SNS에서 여러 번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작을 익혔거든요. 당일에는 긴장을 했는데 다른 선수들이 자신감 있게 세리머니를 하는 걸 보고 저도 열심히 해보자고 생각했죠. 선글라스까지 쓰면서 숨겨왔던 실력을 보여주게 됐어요(웃음). 팬분들이 너무 좋아주셔서 기뻤어요.
Q. 우크라이나 프로팀에서 뛰던 시절은 어땠나요.
제가 체력적으로 강한 사람이 아니라서 운동할 때는 많이 힘들었어요. 무거운 무게로 운동을 해야 하는데 그 부분이 가장 어려웠죠. 또 한국에 비해 트레이너나 치료를 도와주시는 분들의 인원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몸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았죠. 처음 프로를 시작했을 때는 지원이 나쁘지 않았는데 전쟁으로 여러 선수들이 나라를 떠났어요. 그러면서 스폰서도 끊기고 힘들어진 것 같아요.
Q. 한국 무대가 첫 해외 생활이죠.
예전에 다른 사람들한테 ‘너도 나중에 한국에서 프로 선수를 할 수 있어’ 이런 말을 들으면 ‘내가 무슨 프로야’ 이러면서 스스로를 과소평가했던 적이 있어요. 한국으로 여행은 갈 수 있어도 배구를 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 했죠. 아무래도 긴장을 안 할 수 없었어요. 새로운 나라와 새로운 팀에서 뛴다는 건 엄청난 일이니까요. 또 제가 우크라이나에서는 스타팅으로 출전한 적이 거의 없었어요. 가끔 전력이 약한 상대와 경기를 할 때만 선발로 나가곤 했는데 V-리그에서는 ‘에이스’ 임무를 해야 한다는 게 부담이 되기도 했죠.
Q. 느낀 점도 많았을 것 같아요.
일단 배구 열기에 정말 놀랐어요. 한국에는 선수마다 응원가도 있고 팬분들의 사진 요청도 많잖아요. 우크라이나에서는 그런 ‘팬 문화’가 잘 갖춰져 있지 않거든요. 또 하나 느낌 특징은 한국의 ‘규율’이에요. 배구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서로 규율을 잘 준수하는 것 같아요. 우크라이나에서는 각자 개개인이 원하는 시간에 나와서 몸을 풀거나 하면 한국은 함께 스트레칭을 하곤 해요. 팀으로 더 돈독한 부분이 있고 저도 이제 적응을 했죠(웃음).
Q.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시기였잖아요.
그렇죠. 항상 가족이 너무 보고 싶고 고향 음식도 그리운데 그 부분은 여전히 헤쳐 나가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이번에는 한국에 올 때 어머니가 함께 방문하셨어요. 제가 한국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보여드렸기 때문에 어머니도 저에 대한 걱정을 덜 할 것 같아요. 그런 마음으로 시즌을 치르고 있죠. 다행인 건 아버지께서 곧 한국에 오시는데 새로운 동기부여가 되고 있어요.
Q. 우크라이나 팬도 경기장에 와주시더라고요.(지난 시즌 한국인과 결혼한 우크라이나 팬이 화성실내체육관을 찾아 빅토리아를 만났다.)
맞아요. 멤버십도 구매해서 홈경기에 와주세요. 또 소피아라는 새로운 우크라이나 팬도 있어요. 우크라이나 팬들이 더 늘어서 저를 기억해 주고 경기장에 와주셔서 너무 감동이었어요. 그래서 작년에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죠. 고향의 한 조각을 본 느낌이었어요.
Q. 우크라이나를 알리고 있는 느낌이네요.
그렇게 말해도 될까요?(웃음). 우크라이나 앰버서더 느낌인데 이렇게 큰 직책으로 표현이 돼도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더 책임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가끔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제가 짜증을 낼 때도 있어요. 그럴 때 ‘나는 우크라이나 대표잖아. 이러면 안 돼’라고 생각해 볼게요(웃음).
공격 점유율? 더 높았으면!
Q. 첫 시즌 활약도 좋았어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죠. 사실 그때를 돌아보면 어떻게 득점을 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긴장을 많이 했던 거죠. 공이 오면 무조건 때려야 한다는 마음밖에 없었어요. 오히려 지금은 더 생각이 많아진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타이밍이 조금 안 맞거나 공을 끌고 내려오면서 때리다 득점이 안 나오는 상황도 있더라고요. 확실히 생각을 많이 하지 않고 공격을 할 때가 득점이 더 잘 나는 것 같아요.
Q. 재계약 기분은 더 특별했나요?
일단 저에게 또 기회를 주셔서 너무 감사했죠. 경력이 별로 없는 선수인데 ‘에이스’로서의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믿어 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었어요. 그러면서 더 긴장도 됐어요. 작년에 잘했던 부분과 못했던 부분 중에서 부족했던 점만 떠올랐어요. 더욱이 2년차면 상대도 저의 플레이 스타일을 알고 있기에 더 대비를 할 테니까요. 그럴 때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할지 생각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마음속 깊은 곳에 희망이 있었던 것 같아요. 만일 이번에도 함께 할 수 있다면 더 열심히 준비해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있었죠. 아직 저의 모습을 다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꼭 모든 면모를 다 보여주자는 마음을 가졌어요.
Q. V-리그 ‘2년 차’인데 한국 생활은 어느 정도 적응을 했나요.
확실히 한국 생활이 더 편해졌어요. 동탄은 이제 제 구역이 됐을 정도로 익숙하죠. 서울을 가도 맛집이 어디에 있는지 잘 알고 있어요(웃음).
Q. 원래 미들블로커를 했었는데 아포짓 자리를 좋아한다고 밝혔잖아요?
확실히 아포짓이 저한테 맞는 것 같아요. 미들블로커는 상대적으로 공격을 많이 하지 않는데 볼을 많이 때리는 임무를 맡고 싶었어요. 실제로 제가 좋아하는 이사벨 하크와 같은 선수들 모두 아포짓이잖아요. 제 심장이 아포짓을 하라고 하는 것 같아요(웃음).
Q. 외국인 선수의 공격 비중이 높은 V-리그 특징에 적응하지 못하는 외국인 선수들도 많은데 빅토리아 선수는 전혀 아닌 것 같아요.
처음부터 인지를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저는 저한테 볼을 많이 주는 게 줗아요(웃음). 왜냐하면 전에는 벤치 멤버였잖아요. 공격을 많이 할 수 있는 상황을 바라고 있어요. 책임감이 더 생긴 것 같아요. 처음에는 불안감도 있었지만 지금은 시간이 흐를수록 안정감도 생기는 것 같아요.
Q. 시즌 전에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팀이 어려운 상황에 놓이기도 했어요.
연패가 길어지면서 너무 힘들었죠. 희망도 사라지고 불씨도 점점 꺼지는 것 같았어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려고 노력은 하지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이렇게 계속 가면 안 되니까 주먹을 꽉 쥐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졌던 것 같아요.
Q. 그러면서 봄 배구에 대한 희망도 생겼죠.
자신감이 더 생겼어요.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죠. 그래도 지금은 승점이 간절한 시기라 뒤를 돌아볼 시간이 없어요. 앞만 보고 쭉 전진해야 될 것 같아요.
Q. 여오현 감독 대행 체제에서는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에서도 공격을 하고 있잖아요.
저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인데 항상 새로운 걸 시도하는 데 두려움이 없어요. 항상 흥미로워요. 훈련을 많이 하다 보니 자신감도 생겼죠. 또 6번 자리 수비도 해야 하는데 더 편한 것 같기도 해요. 사이드 수비보다는 전체적으로 시야가 넓어져서 상대 움직임도 잘 보여요.
Q. V-리그에서는 수비가 많이 강조되는데 공격수로서는 까다롭기도 할 것 같아요.
맞아요. 처음에는 블로킹을 피해서 때렸는데 수비로 다 올려서 놀랐어요. 차라리 블로킹 보고 터치 아웃을 노리는 게 낫겠더라고요. 스윙을 빠르게 가져가야 한다는 걸 느꼈어요. 페인트 공격을 하더라도 수비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머릿속에서 그려서 플레이를 해야 하죠. 항상 강하게 때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여우처럼 플레이를 해야 하는 것 같아요.
Q. 계속 한국에서 뛰면 올스타전에서 또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는데요?
원래 이번에는 두 가지를 준비했어요. 제니의 춤과 함께 요즘 유행하는 ‘샤넬 챌린지’를 생각했는데 그걸 보여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또 ‘서브 퀸 콘테스트’도 참여해보고 싶어요. 어떤 서브로 나설지는 모르겠지만 기대가 되네요(웃음).
팬들이 묻고,
빅토리아가 답하다!
Q. 작년과 올해 응원가가 달라졌는데 더 좋은 건?(@im_bin_97)
블랙핑크 뚜두뚜두요! 가끔은 너무 뚜두뚜두만 나와서 다른 것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네요(웃음).
Q. 배구 외에 즐겨보는 스포츠는?(@_yeoncloud9)
농구? 사실 거의 배구만 봐요. 특히 남자배구 보는 거 좋아해요. 가끔 쉬는 날에 일정이 맞으면 한국전력 경기도 보거든요. 스피드와 점프, 공격이 여자 경기와는 완전히 달라서 너무 좋아해요.
Q. 공격 득점 중 가장 짜릿한 득점은?(@lucky.vicky19)
랠리가 길게 이어졌을 때 마지막 득점을 내면 너무 좋아요!
Q. 힘든 경기 후에도 코트에 다시 설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은?(@tn__wl)
팬분들의 함성이요. 홈경기에 오면 함성이 기억에 오래 남아요. 힘든 경기를 치르고 부족한 모습이 있을 때는 ‘다음에 다시 잘해야지’ 이런 마음이 생겨요.
Q. 본인이 예쁘다는 거 알고 있는지?(@mini_130924)
항상 망설여지는 질문인데요. 가끔?(웃음). 거짓말을 못하겠네요.
Q. 힘들 때 의지하는 선수가 있는지?(@hi263406)
모든 선수들에게 의지를 하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경험이 더 많은 언니들한테 도움을 많이 얻고 있어요. 옆에서 ‘비키야 괜찮으니까 또 때려’, ‘커버해줄게’ 이렇게 말해주니까 힘이 더 생겨요.
Q. 최근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은?(@for_w.pic)
훈련 다 끝나고 집에 와서 푹 쉴 때요. 모든 선수가 그럴 것 같은데요(웃음). 처음에는 점심시간도 괜찮았는데 이후 훈련이 또 있으니 저녁 시간대가 좋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Q. 경기 전에 특별한 루틴이 있는지?(@kwl116)
저녁 경기면 오전에 서브 리시브 훈련을 하고 오후에 항상 커피를 마셔요. 그러고 경기 전에 가볍게 산책을 하죠. 이후에 경기를 할 준비를 하는데 음악을 항상 들어요. 특별한 플레이 리스트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때 그때 저의 기분에 따라서 노래를 선곡해요.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노래를 주로 고르는 것 같네요.
Q. 최근 스스로에게 고마운 점은?(@everyday_ou)
인내심이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나 믿음이 커지고 있는데 인내심의 결과인 것 같아요.
Q. 특별히 기억에 남는 팬이 있는지?(@thevolleyball_official)
너무 많아요. ‘하나’라는 팬분은 거의 매 경기 와주세요. 많은 팬들이 우크라이나어로 편지까지 적어 주세요. 저도 필체가 좋지 않은데 어떻게 한국 팬들이 그렇게 예쁘게 우크라이나어를 잘 쓰시는지 정말 대단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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