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낀 몸값 막을 수 있을까, V-리그 연봉 구조와 시장 현실화 방안 [THE NEXT 20]
이보미 기자
bboo0om@thevolleyball.kr | 2025-10-03 11:09:01
[더발리볼 = 이보미 기자] 2005년부터 시작된 V-리그가 2025년, 새로운 20년을 준비하고 있다. 더 나은 20년을 위해 V-리그가 마주한 과제들을 하나씩 짚어보고자 한다. <더발리볼>은 창간 기획으로 ‘THE NEXT 20’ 시리즈를 1년간 연재하며, V-리그 발전을 위한 12가지 핵심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 첫 번째 이야기로 ‘2군 리그의 필요성과 현실’을, 두 번째로 ‘한국 남자배구의 중흥을 위한 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세 번째 주제 ‘V-리그 FA 제도의 개선 방안’에 이어 이번에는 V-리그 선수 연봉 구조와 시장 현실화 방안에 대해 다뤘다.
V-리그 최고 보수?
남자부 황택의의 ‘12억 원’
여자부 강소휘·양효진의 ‘8억 원’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 6월 30일 1차 선수 등록 종료와 동시에 선수 보수를 공개했다. 남자부 최고 보수는 무려 12억 원(연봉 9억 원, 옵션 3억 원)이다. 세계 배구 탑 플레이어 수준이다. 황택의는 2024-2025시즌까지 4시즌 연속 최고 보수를 기록했던 대한항공 한선수를 밀어내고 V-리그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는 선수가 됐다. 한선수는 보수 총액 10억 8000만 원(연봉 7억 5천만 원, 옵션 3억 3천만 원)을 받는다. 남자부 보수 2위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 포지션은 모두 세터다. 그만큼 세터가 귀하다.
12억 원. 물론 프로야구에 비하면 적은 수치다. KBO가 올해 3월 5일에 발표한 2025 KBO리그 선수단 등록 현황에 따르면 SSG 김광현이 리그 최고 연봉인 30억 원을 기록했다. 기존 19년차 최고 연봉이었던 2019년 이대호, 2024년 류현진의 25억 원을 뛰어 넘은 것. 연봉 공동 2위로 삼성 구자욱, KT 고영표, 한화 류현진이 20억 원을 받는다.
V-리그와 K리그 ‘연봉킹’과는 큰 차이가 없다. 2024년 12월 30일 발표된 K-리거 연봉에 따르면 1위는 울산 조현우의 14억 9000만 원이다. 이어 울산 김영권(14억 5000만 원), 전북 김진수(13억 7000만 원), 전북 이승우(13억 5000만 원), 전북 박진섭(11억 7000만 원) 순이다.
프로농구와 비교하면 프로배구 보수가 더 높다. 2025-2026시즌 KBL 선수 등록상 보수 1위는 KT 김선형, KCC 허훈이 기록한 8억 원이다.
외국인 선수, 신인 선수를 제외한 1인당 평균 보수는 프로야구보다 높다. V-리그 남자부 총 111명의 평균 보수는 2억 3400만 원, KBO리그의 519명 평균 연봉은 1억 6071만 원으로 집계됐다. K리그1 국내 선수의 1인당 평균 연봉은 2억 3519만 원이다. 프로배구와 프로축구의 평균 연봉 차는 크지 않았다.
여자 프로배구 역시 이에 뒤지지 않는다. 올해 여자부 7개 구단 총 104명의 선수 평균 보수는 1억 6300만 원이다. 여자부 ‘연봉퀸’ 현대건설 양효진과 한국도로공사 강소휘(이상 연봉 5억 원, 옵션 3억 원)는 프로농구 ‘보수 1위’ 김선형과 허훈과 같은 금액을 받는다.
프로야구에서는 연봉 양극화 문제가 뚜렷하다. 10억 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선수는 14명이다. 4대 프로스포츠 중 가장 많다. 반면 연봉 5000만 원 이하를 받는 선수 비중은 50%가 넘는다. 프로배구에서 10억 원 이상의 보수를 받는 선수는 황택의, 한선수 2명이다. 각 종목에서는 몸값 거품 잡기에 나섰다.
V-리그의 과도한 경쟁 그리고 거품 낀 몸값
총 보수부터 낮춘다
먼저 V-리그 남자부가 움직였다. 남자부는 지난 3월 제21기 5차 이사회 및 임시총회부터 보수 축소를 본격적으로 논의를 했다. 결국 5시즌간 시즌별로 2억 원씩 총 10억 원을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2024-2025시즌 총 보수액은 58억 1000만 원이었다. 2025-2026시즌은 56억 1000만 원, 2026-2027시즌에는 54억 1000만 원, 2027-2028시즌에는 52억 1000만 원, 2028-2029시즌 50억 1000만 원, 2029-2030시즌에는 48억 1000만 원이 된다.
2025-2026시즌 남자부는 샐러리캡 40억 1000만 원과 옵션캡 16억 원으로 총 56억 1000만 원의 보수가 적용된다. 여자부는 샐러리캡 21억 원과 옵션캡 6억 원, 승리수당 3억 원을 포함한 총 30억 원의 보수가 적용된다. 여자부의 경우 1년 전과 비교해 샐러리캡 1억 원이 올랐다.
이 가운데 여자부는 남자부와 달리 팀 내 보수 상한선이 있다. 1명이 팀 연봉의 전체 25%, 옵션 50%까지 가져갈 수 있다. 이 때문에 작년 FA 시장에서 강소휘가 여자부 최초로 8억 시대를 열었다.
세계 배구 시장과는 여전히 괴리감이 크다. 현대캐피탈 필립 블랑 감독은 KOVO컵 대회 도중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한국 배구가 외딴섬에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배구 틀 안에서 같이 움직여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국내 선수들의 치솟은 몸값 역시 이와 궤를 같이 한다.
해외 리그에서는 세계 정상급 외국인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가 이뤄진다. 대표적으로 이탈리아 남자배구 리그, 튀르키예 여자배구 리그가 그렇다. 실제로 이탈리아 주전 세터 알레시아 오로는 올해 이탈리아를 떠나 튀르키예 페네르바체로 이적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오로의 연봉은 60만 유로(약 9억 8300만 원)로 알려졌다. V-리그 보수 1위 양효진과 강소휘의 연봉 8억 원과 큰 차이가 없다. 특히 유럽 무대에서는 선수들의 이동이 굉장히 활발하다. 이를 통해 시장 가치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다. 분명 한국과는 다른 환경이다.
일본 역시 해외 리그와 교류가 활발한 환경은 아니었지만, 워낙 배구 선수 수가 많기에 몸값이 치솟지 않았다. 현재 고교 여자배구 선수 수만 5만 5000명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배구를 배우기에 선수 간의 실력 차가 크지도 않다. 과도하게 경쟁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신인 선수도, 외국인 선수도 모두 자유계약으로 이뤄진다. 대신 일본에서는 특히 2030년까지 세계 최고 리그를 목표로 세운 SV.리그에서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은 높은 편이다. 세계적인 선수들도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 다만, 일본 자국 선수들의 몸값은 한국보다 낮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배구 풀뿌리가 약화되면서 특정 스타 플레이어들의 희소가치가 높아졌다. 수요는 그대로지만 공급이 줄어든 셈이다. FA 시장에서 각 구단들은 최고의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경쟁을 펼쳐야 했고, 선수들의 몸값은 자연스럽게 폭등했다. 연봉 거품이 발생한 이유다. 이 때문에 총 보수를 조금씩 늘리던 구단들은 다시 축소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남자부부터 칼을 빼들었고, 과도한 몸값 상승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구단 입장에서도 재정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여자배구도 남자배구와 유사한 방향으로 총 보수 축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8억 원을 받는 양효진, 강소휘가 마지막 사례로 남을지도 모른다.
외국인 선수&아시아쿼터
자유계약 전환 효과도 기대
V-리그 각 구단들과 KOVO는 10년 만에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제도 폐지를 결정했다. 2023년부터 도입된 아시아쿼터 역시 내년부터 자유계약 제도 하에 선발이 가능하다. 외국인 선수는 2026년 트라이아웃을 끝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2027년부터 외국인 선수도 자유롭게 영입할 수 있다.
남자부는 총 보수 축소와 함께 외국인 선수 및 아시아쿼터 자유계약 전환으로 그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한다. 그동안 트라이아웃 제도로 인해 기존보다 기량이 떨어지는 외국인 선수들이 V-리그 무대에 오르면서 국내 선수들의 가치가 높아졌다. 그래서 구단들의 경쟁이 치열했던 것이다. 이제 주어진 연봉 제한 내에서 외국인 선수를 자유롭게 선발할 수 있다. 팀에 어울리는 선수를 구단이 직접 데려올 수 있게 된 셈이다. 트라이아웃 제도 도입 이후, 그동안 V-리그를 외면했던 외국인 선수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국내 선수에게 쏠리는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아시아쿼터를 통해 각 팀들은 공격수는 물론 세터, 리베로 포지션의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팀 전력을 강화하곤 했다. 특히 아시아쿼터 선수 연봉은 국내 선수 평균 연봉보다도 낮다. 남자부 1년차 아시아쿼터 선수의 연봉은 10만 달러(1억 3858만 원), 2년차 연봉은 12만 달러(1억 6630만 원)다. 여자부 1년차 아시아쿼터 선수의 연봉은 12만 달러(1억 6630만 원), 2년차는 15만 달러(2억 790만 원)에 달한다. 수준급 아시아쿼터 선수들을 데려오면서 낮은 비용으로도 전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가성비 높은 선수를 확보하면서 팀 운영도 원활해졌다. 자연스럽게 국내 선수들의 시장 가치도 조정될 수밖에 없다.
타 종목에서도 몸값 거품을 지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K리그에서는 2026년부터 외국인 골키퍼 등록이 허용된다. 1999년 이후 무려 27년 만이다. 취지는 일맥상통한다. 국내 골키퍼들의 과도한 연봉 상승률을 막겠다는 것이다. 프로야구도 변화를 꾀한다. 2026년부터 아시아쿼터 제도를 실시하기로 했다. 팀당 3명씩 뽑은 외국인 선수 제도와 별개로 아시아 국적 선수를 선발할 예정이다. 프로야구 역시 일본, 대만, 호주 출신의 우수한 선수들을 국내 선수들보다 낮은 몸값으로 영입할 여지가 생겼다.
결국 아시아쿼터 제도는 단순히 외국인 선수 확보를 넘어, 국내 선수 연봉 구조와 리그 재정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배구계에서는 아시아쿼터 자유계약에서 나아가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쿼터를 구분하지 않고 전체 연봉 상한선을 두고 자유롭게 선발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약을 넘어 자유롭게 그리고 현실적으로 팀 상황에 맞는 선수를 확보하자는 취지다. 동시에 외국인 선수 수 확대까지 고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시아쿼터 선수를 포함해 총 3명의 외국인 선수 보유, 2명 출전이 가능하다면 백업 외국인 선수까지 발생하면서 전력 안정화를 기대할 수 있다.
몸값 거품 억제로 끝나선 안 된다
건강한 배구 생태계 구축이 핵심
남자 프로배구부터 총 보수액을 낮추고 있고,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쿼터 자유계약 전환으로 선수 풀 부족까지 해소하고자 한다. 이적 시장에서 발생하는 몸값 거품을 줄이기 위해서다. 궁극적인 목표는 건강한 배구 생태계를 구축해 리그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는 데 있다.
추가적으로 현실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더발리볼> 9월호에서도 언급했듯이 FA 등급제 보완이 필요하다. 그룹별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 남자부 FA A그룹은 2억 5000만 원 이상, 여자부의 경우 1억 원 이상이다. 구단은 선수를 뺏기지 않기 위해 이 기준에 맞춰 연봉을 책정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선수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제한하는 요인이 됐다. 보상 규정 역시 현실에 맞게 개선될 필요가 있다. 합리적으로 개선된다면 구단의 과도한 투자까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연봉 산정 시스템을 구축해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프로배구 팀에서는 대개 연봉 협상을 할 때 선수와 사무국장이 만난다. 이 때 서로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몇몇 선수들은 협상 과정에서 눈물을 무기로 활용하기도 하고, 또 다른 선수들은 아무런 준비 없이 협상에 나서며 결국 소득 없이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구단에서도 V-리그 출전 기록이 없는 선수들과 협상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로야구에서는 합리적인 연봉 협상을 위해 연봉 고과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구체적인 산정 방식은 대외비이지만, 선수와 구단이 서로 납득하고 합의할 수 있는 투명한 평가 체계가 마련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옵션을 강화하는 등 성과 기반의 계약이 확대된다면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까지 기대할 수 있다.
과도한 경쟁으로 이어지는 몸값 상승을 막은 뒤에는 재투자도 가능하다. 선수 몸값 상승률이 둔화되면서 ‘가성비’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프로 팀의 핵심 임무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러한 과정은 리그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 배구가 외딴 섬에 놓여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줄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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