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발리볼 = 최병진 기자] 페르난도 모랄레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2025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목표는 확실했다. 바로 잔류. 한국은 VNL 출범 당시 ‘핵심 국가’로 분류되면서 전년도 대회 성적이나 세계랭킹과 관계없이 매년 VNL에 참가해 왔다. 지난 2022년과 2023년에 12경기 전패를 당하고 직전 대회에서 2승 10패의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도 대회에 출전할 수 있던 이유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18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면 강등이 되기 때문에 반드시 최하위를 피해야 한다. 모랄레스 감독은 “오로지 VNL잔류만 생각한다”며 의지를 다졌고 캡틴 강소휘도“VNL은 소중한 기회이기 때문에 절대 강등되지 않도록 투지를 가지고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1승’ 그리고 승점 ‘4’
한국은 현실적인 목표를 갖고 격전지인 브라 질로 향했으나 1주차는 험난했다. 한국은 독 일과의 1차전에서 0-3으로 패한 뒤 이탈리아 에도 셧아웃을 당했다. 유럽 강호와의 연전에 서 다소 무기력하게 패하며 불안한 출발을 알 렸다. 잔류를 위해 반드시 꺾어야 했던 체코와 의 3차전에서는 세트 스코어 2-1로 앞서며 첫 승을 기대했지만 4세트와 5세트를 연달아 패 하며 승점 1 획득에 그쳤다. 4차전 상대인 미 국에도 0-3으로 무릎을 꿇으며 결국 1주차를 승리 없이 마무리했다.
2주차에 대한 부담감이 커진 상황에서 모랄레 스호는 캐나다를 3-2로 꺾으며 마침내 대회 첫 승을 달성했다. 한국은 두 세트를 먼저 따내 며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3세트부터 캐나다 의 거센 반격에 고전했고, 5세트까지 승부를 이어갔다. 파이널 세트 초반도 한국은 캐나다 에 끌려갔다. 하지만 집중력을 발휘하며 역전 승을 이뤄냈고 귀중한 승점 2점을 획득했다. 첫 승의 기쁨과 함께 벨기에를 상대로 연승을 노렸으나 듀스 접전 끝에 3세트를 뺏기며 아쉽 게 1-3으로 패했다.
2주차 마지막 두 경기를 앞두고는 결단을 내려 야 했다. 캐나다전 이후 도미니카공화국과 경 기가 불과 21시간 이후 치러져 경기 출전 선수 에 변화가 불가피했다. 결국 모랄레스 감독은 강팀인 튀르키예를 상대로 전력을 쏟기보다는 도미니카공화국전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그 렇게 튀르키예전에서는 강소휘, 육서영 등 주 축 자원들이 휴식을 취했다. 정윤주, 이주아 등 신예 선수들이 경기에 나섰고 0-3으로 패 했다.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는 다시 주전 선수들이 출전했지만 풀세트 접전 끝에 2-3으로 졌다.
VNL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고 2승이 필요한 가운데 대표팀은 2주차까지 1승을 따냈다. 순 위는 17위. 태국(승점 5)과 나란히 1승 7패 를 기록 중이며 8연패를 당한 세르비아(승점 5)가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다. 3주차에도 치열한 순위 싸움이 예고돼 있다. 그럼에도 잔 류에 대한 ‘희망’을 이어갈 수 있는 흐름은 만 들었다.
‘높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2020 도쿄올림픽을 끝으로 김연경이 태극마 크 유니폼을 벗으면서 대표팀은 상대의 높이 에 대해 더욱 부담을 갖게 됐다. 장신의 세계 강호들을 상대로도 파괴력을 자랑한 김연경 의 이탈은 곧 여자대표팀의 경쟁력 약화로 이 어졌다. 이는 지난 VNL에서 분명하게 나타났 고 이번 대회에서도 비슷한 흐름으로 이어졌 다. 대표팀은 2주차까지 치른 8경기에서 단 한 경기도 블로킹에서 우위를 가져가지 못했 다.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나란히 10개씩을 주 고받은 것을 제외하면 모두 열세였다. 1주차 에서 독일에 18개, 이탈리아에 10개를 잡혔 고 체코와 미국전에서도 각각 블로킹으로 17 점, 14점을 내줬다. 캐나다전에서도 13개의 블로킹 실점을 기록했고, 튀르키예에는 12개, 도미니카공화국에는 17개의 블로킹을 허용했 다. 높은 벽을 상대로도 득점을 뽑아내는 ‘거 포’가 사라지면서 블로킹은 점수 차가 벌어지 게 되는 직접적인 요인이 됐다.
모랄레스 감독은 강소휘를 중심으로 육서영 과 이선우로 삼각 편대를 구축했다. 아웃사이 드 히터와 아포짓 스파이커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정지윤이 피로골절로 경기에 나설 수 없 는 상황에서 새롭게 날개를 구성했다. 기본적 으로 배구는 사이드 공격수들이 주로 득점을 만들어낸다. 강소휘는 8경기에서 98점을 기 록하며 팀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고 다음 으로 육서영과 이선우가 각각 78점, 70점으 로 뒤를 이었다. 특히 첫 승을 거둔 캐나다전에 서는 세 선수가 52점을 합작했다. 하지만 대회 전체 득점 순위는 높지 않았다. 강소휘가 18 위에 머물렀고 육서영이 22위, 이선우는 34 위였다. 이는 세 명의 선수가 주로 득점을 만들 어냈지만 그만큼 상대 블로킹에도 많이 가로 막혔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현재 대표팀은 세 대교체를 진행 중이다. 그로 인해 이번 대회에 서는 김다은과 김세빈, 정윤주, 이주아 등 신예 선수들이 대거 합류했다. V-리그에서는 조 금씩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대표팀에서는 주전급으로 활약하기는 쉽지 않다.
모랄레스 감독도 “새로운 선수들에게 자리가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접근을 해야 한다”고 밝 혔다. 라인업과 경기 상황에 따라 변화를 줄 수 있는 자원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서 주전 삼각편대의 경기력에 따라 결과가 크게 좌우 됐다.
날개 공격수의 성공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미 들블로커를 활용해 공격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그러나 이다현은 공격 점수 29점으로 경 기당 평균 3.6점을 기록했고 정호영도 31점으로 평균 3.8점에 머물렀다. 공격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미들블로커 활용도가 떨어진 이유는 리시브와 연결 불안에 있다. 모랄레스 감독은 스피드 배 구를 강조하고 있다. 주전 세터인 김다인에게 낮고 빠른 토스를 요구한다. 신장의 열세를 극 복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공격을 하 면서 상대 블로커를 피하려 한다. 하지만 한국 은 경기 중에 상대의 강한 서브에 리시브가 흔 들리면서 오픈 공격을 시도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보였다. 주전 리베로인 한다혜의 리시브 성공률은 21.6%였고 육서영은 15.8%, 강소 휘는 10.8%에 그쳤다. 또한 연결 과정에서도 조급한 모습을 보이며 중앙을 활용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아직까지는 모랄레스 감독이 추구하는 빠르고 조직적인 배구의 완 성도가 다소 떨어졌다.
그럼에도 2주차에 세트 획득 수가 증가했다는 건 긍정적이다. 1주차에서는 두 세트밖에 따 내지 못했지만 이후에는 여섯 세트를 얻었다. 주전 선수들을 빼고 치른 튀르키예전을 제외 하면 세 경기에서 모두 세트를 획득하면서 쉽 게 물러서지 않았다. 경기를 치르면서 자신감 을 찾아가고 있다. 부족한 블로킹 개수는 결국 유효 블로킹과 디그로 보완을 해야 한다. 대표 팀은 벨기에전을 뺀 나머지 7경기에서 모두 상 대보다 많은 디그를 성공했다. 블로킹이 많은 팀은 디그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에 한국의 디 그 수치가 높은 건 자연스러운 기록이기도 하 다. 동시에 디그는 공격을 다시 시도할 수 있 는 반격의 기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엿보인다. 한 번에 득점을 만들어내는 것이 최상의 결과 지만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부분이 떨어진다면 탄탄한 수비로 더 많은 공격 기회를 확보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수비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다소 부족했던 연결의 정확도와 세터와 공격 수 간의 호흡을 끌어올린다면 3주차에서 더 나 은 내용과 결과도 기대할 수 있다.
운명의 3주차, 불가리아와 프랑스를 넘어라
모랄레스호의 운명을 좌우할 3주차는 일본에 서 7월 9일부터 진행된다. 한국은 폴란드를 시 작으로 일본, 불가리아와 경기를 치르고 프랑 스와 최종전을 갖는다. 폴란드와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도 강력한 전력을 자랑한다. 폴란드 는 7승 1패(승점 21)로 전승을 달리고 있는 이탈리아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이다. 풀세트 접전 끝에 내준 튀르키예와의 1주차 3차전 경 기가 유일한 패배다. 태국과 중국, 벨기에, 네 덜란드, 미국, 독일 그리고 세르비아까지 모두 꺾으면서 우승까지 바라보고 있다. 일본도 현 재 5위를 기록 중이다. 일본은 네덜란드, 세르 비아, 캐나다, 도미니카공화국 그리고 태국을 차례로 꺾으며 5연승을 달렸다. 이탈리아와 중국에게 각각 2-3, 1-3으로 패하면서 연패 를 당하기도 했지만 체코와 2주차 마지막 경기 를 승리하며 상위권에 위치해 있다. 폴란드와 일본에 객관적인 전력에서 많이 뒤지는 만큼 한국은 불가리아와 프랑스를 상대로 확실하게 승수를 쌓아야 한다. 불가리아와 프랑스 모두 3승 5패의 성적을 거뒀다. 현재 승점 10으로 프랑스가 11위, 불가리아가 승점 9로 13위에 위치해 있다. 모랄레스 감독도 불가리아와 프 랑스를 꺾어야 하는 상대로 골랐다. 그만큼 두 국가도 마찬가지로 한국을 승리 제물로 바라 보고 있다. 잔류를 위해서 두 팀과 연전에 사활 을 걸어야 하는 모랄레스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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