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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별이 된 ‘돌고래 스파이커’ 

최병진 기자 / 기사승인 : 2025-06-26 10:07:32
<더발리볼> 창간호.

[더발리볼 = 최병진 기자] 돌고래 스파이커. 높게 점프한 뒤 허리를 활처럼 휘면서 강한 왼손 스파이크를 날려 공을 상대 코트에 내리꽂았던 장윤창의 별명이다. 호쾌한 공격으로 한국 배구 최고의 스타이자 전설이 된 그가 지난 5월 30일 병마를 피하지 못하고 별세했다. 향년 65세. 1980~1990년대 코트를 휘저은 거성과 이별에 배구계에도 애도 물결이 흘렀다.  한국 배구, 그리고 한국 스포츠 전체에서 장윤창이라는 이름이 갖는 의미를 돌아봤다. 

‘한국 최초’ 스파이크 서브 
장윤창은 어린 시절부터 폭발적인 점프를 바탕으로 가공할 만한 공격력을 자랑했다. 1978년 인창고 2학년 때 17살의 나이로 최연 소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그해 이탈리아 로마 에서 펼쳐진 남자배구 세계선수권대회에 한국 대표팀 막내로 출전해 4강 신화의 주역으로 우 뚝 섰다. 강만수(한국배구연맹 유소년육성위 원장), 김호철(IBK기업은행 감독)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함께 대회에 나섰고, 주전 아포 짓 공격수를 맡으며 남자배구 국제대회 최고 성적을 이끌었다. 이후 1978년 방콕 아시안 게임과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에서 연이 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1986년 서울 아시 안게임에서는 은메달을 획득했다.

특히 그는 경기대 재학 시절 국내 남자배구 에서 처음으로 스파이크 서브를 시도하며 화 제를 모았다. 당시에는 대다수 선수들이 공을 머리 위로 띄운 뒤 손을 크게 원을 그리며 휘 두르는 ‘오버핸드 서브’를 구사했다. 오버핸 드 서브의 핵심은 안정감이다. 위력은 떨어지 지만 상대 코트에 볼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 는 방법이다. 하지만 장윤창은 달랐다. 공을 높이 올린 후에 높게 점프해 강하게 공격하듯 서브를 때리며 점수를 뽑아냈다. 강한 구질로 상대의 리시브를 흔드는 ‘신기술’을 선보였 다. ‘스카이 서브’로 불리기도 한 현대 배구를 상징하는 스파이크 서브를 국내 선수로는 최 초로 펼쳤다. 한국 배구의 기술 발전에 토대 를 마련했다. 

그는 1983년에는 고려증권의 창단 멤버로 참 가해 실업 배구의 전성기를 함께 했다. 프로 배구의 기틀이 된 1984년 대통령배 원년 대 회에서 인기 선수상을 수상했고, 최우수선수 (MVP)도 1984년과 1990년 두 차례 차지했 다. 고려증권에 초대 챔피언을 비롯해 최다인 6회 우승 영광을 안겼다. 

장윤창은 선수 은퇴 후 배움의 길을 걸어갔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에서 체육학 석사 학위를 땄고, 한국체육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 한 뒤 모교인 경기대에서 스포츠과학부 교수 로 활동했다. 또한 대한배구협회 강화이사, 대 한민국스포츠국가대표선수회 회장, 한국배구 연맹 경기 위원 등을 역임하며 배구 발전에 힘 썼다. 

몸 관리는 기본 중의 기본 
장윤창은 ‘자기 관리 대명사’로 유명했다. 철 저하게 몸을 관리하며 특급 선수로 거듭났다. 술과 담배도 일절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개인 훈련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스스로를 발 전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기울였다.

고려증권에서 함께 선수 생활을 했던 박주점 한국배구연맹 경기위원장은 “관리가 철저하 신 분이었다. 평상시에 몸이 조금이라도 무거 우면 러닝을 하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빼놓지 않으셨다. 누군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었다. 스스로 배구를 더 잘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셨 다”며 “팀 훈련 외에도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개인 훈련에 집중을 했다. 프로 선수라면 자산 인 몸을 잘 가꾸고 기량을 발전시키는 게 당연 한 일이지만 그 부분을 절대 허투루 생각하지 않았던 선배님이다”고 이야기 했다. 이어 “실 력이 좋은 선수가 솔선수범을 하니 후배들이 안 따를 수 없었다. 그러면서 경기장 안에서는 누구를 탓하지도 않았다. 동료의식이 끈끈했 고 항상 팀적인 움직임을 중요하게 생각하셨 다. 그렇기 때문에 우승이라는 좋은 결과도 만 들어낼 수 있었다”며 모범적인 생활이 후배들 을 이끄는 원동력임을 알렸다.

강만수 위원장 또한 “선배로서 뿌듯했다. 장윤 창은 배구를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친구 였다. 게으름도 안 피우고 항상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잔소리도 할 게 없었다. 아직도 함께 운 동하면서 웃던 장면들이 눈에 선하다”고 칭찬 을 했다. 국가대표 선후배인 강만수 위원장과 장윤창은 각각 소속팀 현대자동차(현재 현대 캐피탈)와 고려증권의 ‘에이스’로 라이벌전을 펼쳤다. 강 위원장은 “국가대표팀에서는 제가 레프트로 주공격수 임무를 맡았고, (장)윤창 이가 라이트에서 뛰었다. 서로 반대쪽에서 공 격을 함께 하고 득점을 만들어갔다. 그리고 소 속팀에서는 각자의 팀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서로가 ‘에이스’였기 때문에 라이벌 관계를 생 각하기보다는 팀을 위해서 뛰며 선의의 경쟁 을 펼쳤다”고 돌아봤다.

많은 프로 선수들이 입을 모아 몸 관리와 훈련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장윤창에게 ‘자기 관리’는 특별한 것이 아닌 기본 중의 기본이었 다. 타점 높은 점프와 기술적인 스파이크를 자 랑하며 한국배구 최고의 공격수가 될 수 있었 던 이유가 바로 몸 관리와 훈련이라는 인내의 시간을 이겨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장윤창 을 시작으로 김세진(한국배구연맹 경기운영 본부장), 박철우(우리카드 코치)로 이어지는 왼손 거포 계보가 탄생했다.

장윤창을 롤모델 로 삼았던 김세진 본부장은 “어린 시절부터 선 배님의 플레이를 봐 왔다. 세터에서 공격수로 전향을 한 뒤에는 닮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 다. 은퇴하기 전에 같이 경기를 했었는데, 정 말 부드럽게 배구를 하고 뛰어난 기술을 보이 셨다”며 “내가 제2의 장윤창이라고 불린 건 엄 청나게 의미가 있는 일이다. 후배들이 장윤창 이라는 선수가 왼손잡이 공격수의 획을 그은 대단한 인물이라는 걸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고 바람을 전했다. 

고려증권 시절./박주점 위원장 제공

대한민국의 아버지 
장윤창은 선수 시절부터 애국심이 남달라 두 아들의 이름을 대한민국에서 따 왔다. 장남이 지난 2014년 세상을 떠난 故 장대한이며, 차 남이 장민국이다. 장민국은 2012년에 1라운 드 10순위로 전주 KCC(현재 부산 KCC)에 입단해 현재 창원 LG에서 뛰고 있는 농구 선수 다. 지난 5월 17일에는 2024-2025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7차전에서 승리하며 아 버지의 별세 전에 생애 첫 우승을 선물하기도 했다.

장민국은 “사실 아버지가 선수 생활을 하신 게 어렸을 때라 아버지의 경기를 본 기억 이 잘 나지 않는다. 길을 지나갈 때 사인을 받 는 팬들이 워낙 많았다. 또 친구분들도 다 유명 한 배구 선수들이라 그렇게 아버지의 인기와 위상을 알게 됐다”고 추억한 뒤 “아버지께서 공부를 하러 미국에 같이 갔을 때 저는 농구에 빠졌다. 한국에 돌아와서 본격적으로 선수를 하게 됐다. 처음에는 아버지가 반대를 많이 하 셨다. 운동보다는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고 이 야기를 하셨다. 그럼에도 제가 계속해서 농구 를 하고 싶다고 했고, 결국에는 아들을 이기지 못하고 허락을 해주셨다”고 선수 생활의 출발 점을 이야기했다.

자연스레 장민국은 운동선수 선배인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자기 관리부터 훈련, 그 리고 운동선수가 가져야 할 인성에 대한 가르 침과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아버지는 일상 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분이셨다. 친 구들을 만나거나 어디를 놀러 갈 때도 ‘운동에 지장만 주지 마라’라는 이야기가 전부셨다”며 “하지만 운동에서만큼은 정말 엄하셨다. 꾸준 하게 훈련을 하고 몸을 챙겨야 발전을 할 수 있 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만큼 엄격하셨 다. 그렇게 저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쉬는 날 에도 항상 나가서 성실하게 운동을 하려고 했 다. 또한 프로 선수가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서 도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고 밝혔다.

배구 전설 장윤창의 아들. 장민국에게는 피할 수 없는 수식어였다. 그만큼 기대를 받았고 조 명도 됐지만 슈퍼스타 아버지의 존재는 버겁 기도 했다. 장민국은 “늘 부담감을 갖고 있었 다. 아버지가 워낙에 유명하셨고 대단한 선수 였기 때문에 넘고 싶었다. 하지만 쉽지 않더 라. 항상 장윤창의 아들로 불려서 그 부분이 아 직까지도 아쉬움이 남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우승을 하고 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이로 인해 특별히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부 담감을 내려놓고 계속해서 꾸준한 활약을 보 여주면서 팀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선수가 되 고 싶다”고 강조했다. 

누구보다 스포츠를 사랑한 스타 
장윤창은 선수 은퇴 후 다양한 활동을 하며 배 구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배구에만 그치지 않 고 스포츠의 가치를 위한 공부도 마다하지 않 았다. 미국 유학 이후 교수의 길을 택한 이유도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을 할 수 있도 록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을 만들 기 위해서였다. 지도자의 길을 택할 수 있었지 만 그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도움을 주기로 결 심했다. 실제로 경기대 교수 시절 많은 학생들 과 소통하며 해결책을 얻었다. 또한 스포츠 봉 사단을 만들어 스포츠를 활용해 함께 만들어 가는 사회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때로는 쓴소 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장민국은 “아버지께서 운동 선배로서 후배들 에게 많은 길을 열어 주고 싶어 하셨다. 은퇴를 하면 선수들이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는데, 방 향성을 잡아 주시려고 노력하셨다. 나도 선수 생활을 하면서 공부를 병행하고 있는데, 스트 레스도 많이 받았고 가족들에게 이야기를 하 지 않았지만 병원을 다닌 적도 있다. 아버지가 한 일이 대단한 것이었고, 의미가 크다는 걸 알 게 됐다”며 존경을 표했다.

장윤창과 한 시대를 함께 보냈던 배구인들은 그를 ‘배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끊임없이 발전을 위해 노력을 했던 것도 배구를 사랑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고 입을 모은다. 장윤창이 고난의 시간을 이겨 내며 한국 스포츠의 전설로 올라섰고, 이후에 는 조력자로 자신이 해야할 소명을 다하기까 지 배구와 스포츠를 향한 사랑이 있었다고 평 가한다. 장윤창이라는 이름이 앞으로도 계속 해서 기억돼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진. 박주점 한국배구연맹 경기위원장, 아들 장민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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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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