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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아시아선수권 우승 ‘결실’...한국에 던지는 메시지는 

최병진 기자 / 기사승인 : 2026-09-25 19:53:10
8월 27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2026 아시아선수권 8강에서 격돌한 한국과 태국./아시아배구연맹 제공 

[더발리볼 = 최병진 기자] 차상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지난 8월 중국에서 펼쳐진 2026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 8강에서 탈락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하면 2028 LA 올림픽 직행 티켓과 2027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컵 출전권이 주어지지만 대표팀은 8강을 넘어서지 못했다. 한국을 꺾은 태국은 ‘만리장성’ 중국까지 격파하며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태국의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권 확보. 한국 여자 배구에 던지는 메시지도 분명하다.

이번에도 넘지 못한 태국

차상현 감독은 2026 아시아배구연맹(AVC) 여자부 컵대회와 동아시아선수권 일정을 소화하면서 아시아선수권을 준비했다. 성과도 있었다. AVC컵에서 7전 전승을 거뒀고 동아시아선수권에서 3위를 차지하며 어느 정도 패배의식을 떨쳐 낸 모습이었다. 아시아선수권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아경기대회(AG)가 차상현호의 본격적인 시험대였다.

한국은 아시아선수권 조별리그 1차전에서 베트남에 3-1로 승리했다. 한국은 최근 국제 대회에서 베트남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23 아시아선수권에서 베트남에 패하며 6위까지 추락했고 이후 항저우 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베트남에 2-3 역전패를 당한 아픈 기억이 있다. 한국은 과거 패배를 설욕하는 동시에 첫 경기를 잡아내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아웃사이드 히터 강소휘가 서브 3득점과 블로킹 2개를 포함해 팀 내 가장 많은 20점으로 공격을 이끌었고 아포짓 나현수도 14점으로 힘을 더했다. 중앙에서는 이다현까지 블로킹 3개를 포함해 13점으로 세 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2차전에는 세계 최강인 일본을 상대했지만 결과는 0-3 패배였다. 무엇보다 31-33으로 듀스 접전 끝에 내준 1세트가 아쉬웠다. 치열한 접전 속에서 세트를 패하며 이후 전체적인 경기 분위기도 일본으로 기울었다. 한국은 1세트 초반 먼저 앞서갔지만 일본도 사토 요시노와 와다 유키코의 강한 공격으로 추격에 나섰다. 그러면서 일본이 먼저 20점대에 진입했고 한국도 끝까지 따라가며 듀스를 만들었다. 일본이 세트 포인트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면 한국이 동점을 만드는 양상이 이어졌다. 결국 31-32에서 히나타 시기하라의 공격이 이다현의 손에 맞고 벗어나며 일본이 세트를 따냈고 이어진 두 세트도 모두 가져갔다. 일본의 유키코와 요시노가 각각 19점, 18점으로 37점을 따내며 위력을 자랑했다. 반면 한국은 나현수가 15점, 육서영이 12점으로 고군분투했으나 강소휘가 5점에 그쳤다. 전체적인 화력 싸움에서 일본이 한국보다 우위를 점했다. 

1승 1패가 된 한국은 홍콩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3-1로 승리했다. 한국은 1세트를 졌지만 이후 2세트부터 모두 따내며 역전승을 거뒀다. 육서영이 블로킹 3개를 포함해 22점으로 양 팀 최다 득점을 기록했고 이다현도 블로킹 4개와 서브 에이스 3개를 포함해 14점을 올렸다. 2승 1패 조별리그 통과라는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8강에 오른 한국은 태국과 일전을 치렀지만 결과는 일방적이었다. 1세트 초반은 팽팽한 흐름으로 진행이 됐으나 14-12에서 태국에 5연속 득점을 허용했다. 특히 태국의 사시파폰 잔타위숫에게 연속 공격을 허용했다. 그러면서 1세트 점수는 20-25로 5점 차가 됐다. 2세트 초반에도 한국은 리시브가 흔들리며 태국에 연속 실점을 내줬다. 세트 막판에는 범실성 플레이도 이어지면서 18-25 더욱 큰 점수 차로 패했다. 3세트에는 추격을 이어가며 18-18 동점을 이뤄냈다. 하지만 20-21에서 4점을 연달아 헌납하며 0-3 패배를 당하게 됐다. 한국은 직전 대회인 2023년에 이어 또 한 번 4강 진출에 실패했다. 특히 2024년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승리를 제외하면 2022 세계선수권부터 태국전 5경기를 모두 0-3으로 패하며 상대전 열세가 이어지게 됐다.

한국과 태국의 주장인 강소휘와 폰푼 게드파르드가 8월 27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2026 아시아선수권 8강전을 앞두고 기념 촬영에 임하고 있다./아시아배구연맹 제공 

태국은 어떻게 강팀이 됐나

한국을 꺾고 4강에 오른 태국은 일본마저 무너트렸다. 태국은 일본을 세트 스코어 3-1로 꺾고 결승 진출을 이뤄냈다. 일본은 태국을 만나기 전까지 4경기를 모두 3-0으로 승리하며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태국을 상대로 먼저 두 세트를 내주며 고전했다. 위기를 맞은 일본은 3세트 라인업 변화를 통해 분위기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 4세트는 다시 태국이 집중력을 높였다. 일본이 좀처럼 태국의 수비를 뚫어내지 못한 반면 태국은 중요한 순간마다 득점을 성공시키며 달아났다. 결국 태국이 4세트를 25-20으로 승리했다. 중국과의 결승전 경기는 풀세트 혈투였다. 태국은 1세트를 따냈지만 2세트부터 중국의 거센 반격이 시작됐다. 2세트를 25-11 압도적으로 따낸 중국은 3세트까지 기세를 이어갔다. 위기를 맞은 태국은 다시 4세트에 강점인 공격력이 살아났고 두 세트를 연달아 승리하며 우승을 이뤄냈다. 태국은 2023년 세 번째 우승 이후 3년 만에 대회 통산 4회 우승이자 2연패에 성공했다. 또한 태국 여자 배구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본선 진출의 역사를 썼다.

태국은 현재 세계무대에서 꾸준히 경쟁하는 수준의 팀으로 올라섰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건 2000년대 초반 시작한 ‘드림팀 프로젝트’다. 태국은 기존 국가대표 선수들이 은퇴하기 전에 미리 어린 선수들을 육성하고 이 선수들이 청소년 대표를 지나 성인 대표팀에 합류해 기존 베테랑과 함께 경험을 쌓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를 위해 막대한 투자를 이어왔다. 기존 선수들이 은퇴를 하더라도 자연스레 다음 세대들이 주축을 이루며 팀의 기조는 다음 세대에게 또 전수가 된다. 대표팀의 성적이나 플레이 스타일을 특정 세대에 의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선순환 시스템이다. 우수한 선수를 해외로 보내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자국 리그의 수준도 꾸준하게 향상시키면서 국가대표팀의 경쟁력을 높였다. 과거 눗사라 톰콤과 윌라반 아핀야퐁, 플룸짓 신카오 등 ‘황금세대’ 이후 폰푼 게드파르드와 피야눗 판노이, 타르타오 누엉장 등이 대표팀을 이끌며 새로운 도약을 이뤄냈다. 특히 최근에는 사시파폰과 같은 어린 선수들도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사시파폰은 결승에서만 28점을 기록하며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태국 배구의 가장 큰 무기는 스피드다. 중국과 일본, 한국보다 신체적인 부분에서 열세인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해 빠르고 다채로운 공격을 극대화하고 있다. 폰푼은 과거 IBK기업은행에서 뛴 적이 있어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세터다. 빠른 타이밍의 토스와 다양한 볼 배분 능력을 자랑하는 폰푼을 중심으로 여러 패턴의 공격을 활용해 득점을 뽑아낸다. 또한 수비적인 부분도 매우 뛰어나다. 강한 수비력을 통해 상대에게 쉽게 득점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기회를 모색한다. 반격 상황에서는 연결 플레이도 정확해 득점의 효율을 높이고 있다.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팀의 스타일을 꾸준하게 발전시켜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한 모습이다.

태국의 아시아선수권 우승이 한국 배구에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여전히 한국 배구는 김연경과 양효진 등 전성기를 이룬 ‘황금세대’의 은퇴 이후 ‘암흑기’가 이어지고 있다. 차상현 감독 아래 조금의 변화는 감지됐다 하더라도 이미 세계와의 격차는 크게 벌어져 있다. 이는 단순히 ‘황금세대’ 이후 좋은 선수들을 키워내지 못했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선수 개개인의 기량을 끌어올리고 나아가 대표팀의 경쟁력을 높일 방향성을 구축하지 못한 결과다. 자연스레 한국 대표팀만의 특징과 플레이 스타일은 찾아볼 수 없는 현실이 됐다. 특히 외국인 선수들의 공격 비중이 높은 V-리그 특성으로 인해 국내 선수들의 공격 능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번 대회에서도 에이스인 강소휘의 컨디션에 따라 대표팀 전체의 경기력이 크게 좌우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나현수 또한 조별리그와 이전 대회에서는 아포짓 포지션에서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토너먼트에서 일본이나 태국 등 한 수 위의 팀을 상대로는 공격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분명했다. 차 감독은 공격력 강화를 위해 후위 공격 옵션을 강조했지만 이마저도 큰 효율을 거두지 못했다. 그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다.

8월 27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2026 아시아선수권 태국과의 8강전에서 환호하고 있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아시아배구연맹 제공 

17년 만 ‘노메달’ 수모 회복해야 했던 AG 
5년 만의 월드컵 출전

아시아선수권 8강 탈락의 아쉬움이 크지만 빠르게 재정비에 나서야 한다. 차상현호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했다. 여자대표팀은 지난 2022년 항저우 대회에서 참사를 경험했다. 한국은 당시 5위를 차지하며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17년 만에 메달을 획득하지 못하는 굴욕을 경험했다.

아시아선수권과 비교하면 최종 명단이 14명에서 12명으로 줄어들었다. 리베로 유가람과 아웃사이드 히터 정윤주가 제외됐고 미들블로커 이주아가 부상을 당하면서 정호영이 합류했다. 

한국은 베트남, 홍콩, 카타르와 D조에 편성됐다. 4개 조에서 각 1, 2위는 8강에 오르며 토너먼트에 합류하지 못한 팀은 9~16위 순위 결정전을 치렀다. 주전 세터 김다인은 대회를 앞두고 “빠른 공격을 중점적으로 준비를 했다. 공격적인 부분을 다양하게 가져갈 것이다”라고 의지를 나타냈다.

하지만 한국은 2개 대회 연속 ‘노메달’의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은 일본 아이치현의 파크 아레나 고마키에서 열린 일본과의 4강전에 0-3으로 패하면서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태국과의 3위 결정전에서도 0-3으로 졌다. 최종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일본과 중국의 결승전에서는 중국이 3-0 완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앞서 아시아선수권에서 월드컵 진출권 획득은 실패했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은 월드컵 출전이 가능해졌다. FIVB는 2025년까지 4년마다 열린 세계선수권의 명칭을 월드컵으로 바꿨다. 그러면서 대회 간격도 2년으로 조정했다. 월드컵은 FIVB 기준으로 총 32개국이 출전한다. 4개 팀씩 8개 조로 나뉘어 팀당 3경기씩 조별리그를 진행한다. 조 1, 2위가 16강에 진출하며 이후 토너먼트로 우승자를 가린다.

먼저 개최국인 미국과 캐나다, ‘디펜딩 챔피언’인 이탈리아가 출전권을 확보했다. 여기에 각 대륙별 선수권 대회 1~3위까지 총 15팀이 정해진다. 아시아 대륙에서는 아시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한 태국과 준우승을 거둔 중국, 3위에 오른 일본이 월드컵 출전권을 획득했다. 남은 자리는 올해 국제대회가 끝난 시점에 개최국과 전 대회 우승팀, 대륙별 1~3위 팀을 제외한 FIVB 상위 14개팀에 주어진다. 아시아선수권에서 3위 이내 진입에 실패한 한국은 FIVB 상위 14개 팀 안에 포함되는 경우의 수를 노려야 했다. 한국은 현재 FIVB 세계랭킹 28위를 기록 중이며, 랭킹 포인트는 142.73점이다. 한국은 AVC컵을 통해 랭킹 포인트를 쌓았다. 다만 아시아경기대회는 랭킹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는 대회가 아니므로 올해는 더 이상 랭킹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은 없었다. 한국 입장에서는 28위 안에 있는 팀들이 최대한 자력으로 대회에 출전하면서 추가 출전권이 한국까지 넘어와야 했다.

결과적으로 한국까지 출전권이 주어지게 됐다. 한국보다 랭킹이 높은 27개의 팀 중 개최국으로 대회에 출전하는 미국(4위)과 캐나다(8위)가 포함됐으며 전 대회 챔피언인 이탈리아는 1위로 랭킹 테이블 최상단에 위치하고 있다. 대륙별로는 남미에서 브라질(2위)이 대륙별 선수권 1위에 올랐고 아르헨티나(20위)와 콜롬비아(21위)가 그 뒤를 이었다. 아시아의 태국(13위), 일본(6위), 중국(7위) 모두 한국보다 랭킹이 높으며 유럽에서는 튀르키예(3위)와 세르비아(9위), 폴란드(5위)가 출전을 확정지었다. 또한 아프리카에서는 케냐(24위)가 대륙별 2위로 진출권을 손에 넣었으며 북중미에서는 쿠바(22위)와 도미니카공화국(14위), 푸에르토리코(27위)가 나란히 출전을 하게 된다. 즉 상위 27개 팀 중 이미 월드컵 진출권을 확보한 팀이 15개국이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1위를 차지한 이집트(40위)와 카메룬(41위)은 한국보다 랭킹이 낮다. 그렇기에 현재까지 총 18개국이 자력으로 월드컵 진출권을 손에 넣었고 랭킹 상위 14개국이 월드컵에 출전하게 된다. 이를 기준으로 한국은 출전 확정이 된 팀을 제외했을 때 12위에 위치하게 된다. 한국보다 랭킹이 낮은 칠레(71위)와 페루(46위), 베네수엘라(107위)는 남은 기간 동안 한국의 랭킹을 넘어설 수 없는 상황이기에 한국도 5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 나서게 됐다.

LA올림픽 진출도 완전히 좌절된 건 아니다. 2027 월드컵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한 팀 중 상위 3개팀에게 올림픽 본선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 물론 월드컵이라는 무대에서 세계적인 팀들과 경쟁을 펼쳐 상위권에 포함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희박하더라도 올림픽 진출권 획득이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이를 위해 월드컵에서 최대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또한 2028 VNL 예선라운드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FIVB 랭킹에서 올림픽 출전을 확정한 국가를 제외한 상위 3개 팀도 올림픽에 출전한다. 아시아에서 꾸준히 승수를 쌓아 랭킹을 올리는 것도 한국이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저작권자ⓒ 더발리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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